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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터뷰] 서정숙 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 “코로나야 물렀거라… 춤제전 통해 새 희망 열겠다” 등록일 2020.11.05 16:18
글쓴이 사단법인한국민족춤협회 조회 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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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 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권종술 기자


코로나19 역병(疫病)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몹쓸 신종역병은 우리들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거리가 생겼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위기를 함께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 하나로 모이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힘을 더하기 위해 춤꾼들이 나섰다. 2020년 한국민족춤제전이 오는 10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펼쳐진다. 서정숙 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을 지난 14일 만나 이번 제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지친 민중을 위로하는
벽사진경(僻邪進慶)의 무대…
“생계조차 힘겨운 상황이지만,
춤꾼들은 무대에서 춤을 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십시일반으로
회원들이 나섰다.”

2020년 한국민족춤제전의 주제는 ‘코로나야 물렀거라’다. 서 이사장은 한국민족춤제전이 코로나19로 지친 민중들을 위로하고, 모두가 함께하는 벽사진경(僻邪進慶)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경사스러운 일로 나아 간다’는 의미의 ‘벽사진경’은 삼국유사 가운데 처용(處容)과 관련한 설화 부분에 나오는 글귀다. 전염병을 관장하는 역신(疫神)이 아내와 함께 동침한 것을 본 처용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이때 부른 노래가 ‘동경 밝은 달에 밤들어 노니다가 집에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러라’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처용가’다. 역신은 처용의 이런 행동에 감복했고, 그 뒤로 처용의 형상이 붙어 있으면 그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처용의 형용을 문에 붙이고, 사람들이 ‘벽사진경’했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이런 처용 설화는 우리 민족에게 있어 춤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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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민족춤제전 공연자들ⓒ한국민족춤협회



이번 제전도 이런 조상들의 춤과 궤를 같이하는 무대다. 민중과 함께 투쟁하며 역사에 함께해온 거리의 춤꾼들이 이번엔 민중을 위로하는 무대를 펼친다. 코로나19로 그 누구보다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춤꾼들 자신이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서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여러모로 어려움이 크기에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기금을 받았지만, 공연을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아울러 한국민족춤협회 회원들도 대부분 직접 춤을 추는 춤꾼들이어서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도 크다. 생계조차 힘겨운 상황이지만, 춤꾼들은 무대에서 춤을 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십시일반으로 협회 회원들이 나섰고, 많은 분이 텀블벅 모금에 함께해주셔서 지난해보다 2일 정도 축소됐지만, 알찬 무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종식’ 염원 ‘열림굿’,
남성 춤꾼들의 ‘아재들의 춤수다’,
젊은 춤꾼들의 ‘젊은춤축전’…
다채로운 춤꾼들의 향연

공연 첫날인 24일엔 ‘오늘 춤 잇수다’라는 제목으로 황해도굿 만신 박성미 무당의 열림굿이 펼쳐진다. ‘코로나 종식’을 염원하며 펼쳐지는 열림굿에는 ‘처용무(정금희)’ ‘도살풀이(이지연)’ ‘신칼대신무(정주미)’ ‘검무(고연세·김윤희)’ ‘곱새춤(김민희)’ 등이 펼쳐진다.

둘째 날인 25일엔 한국민족춤협회의 공연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아재들의 춤수다’가 열린다. ’부포상쇠(최용)‘ ’버꾸춤(양향진)‘ ’노장(이수환)‘ ’말뚝이춤(전종출)‘ ’양반춤(최승집)‘ ’진도북놀이(박동천)‘ ’동래학춤(이광호)‘ ’문둥북춤(김수보)‘ ’도살풀이(김성훈)‘ 등의 무대를 통해 아재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춤판을 벌일 계획이다.

26일부터 28일까지는 젊은 예술인들이 만들어가는 축제형 경연 ‘젊은춤축전’이 펼쳐진다. 26일엔 젊은 무용가와 예술가들의 모여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문화예술인들의 고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네트워킹 파티 ‘젊은춤 잇다’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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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민족춤제전 공연자들ⓒ한국민족춤협회

한국민족춤제전은 과거 민예총 민족춤위원회가 주최한 ‘열린사회를 위한 춤 운동’의 일환으로 열린 ‘민족춤제전’의 전통을 이은 행사다. 1994년 ‘진보·개방’을 주제로 12개 무용단이 문예회관대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과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펼친 이후 분단, 세기말 등 당시의 시대적 주제를 담아 해마다 무대를 열었다. 2002년 9회 행사를 연 뒤 3년간의 공백을 거쳐 2005년 광복 60주년을 맞아 ‘세계 무용을 우리 품 안에, 우리 무용을 세계 속으로’라는 제10회 무대를 열었지만, 이를 마지막으로 행사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한국민족춤제전으로 부활했다.

세월호 추모, 박근혜 탄핵
다시 뭉친 거리의 춤꾼들
그들이 부활시킨 민족춤제전

한국민족춤제전를 주최하는 한국민족춤협회는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우리 시대의 아픔에 함께하던 춤꾼들이 모여 시작한 단체다. 민예총 춤위원회가 해체된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거리의 춤꾼들이 세월호를 계기로 다시 모이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지난 2016년 3월 한국민족춤협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풍물, 탈춤, 국악 등 다양한 회원들이 함께했다.

이렇게 뭉친 거리의 춤꾼들은 지난 2016년 겨울 박근혜 탄핵 촛불이 펼쳐진 광화문 광장에서 함께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로 탄압받고, 겨울 광풍에 숨죽이던 춤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1987년 6월항쟁 현장을 비롯해 노동자, 농민들의 현장에 함께하며 저항의 몸짓과 위무의 광대로 함께했던 춤꾼들이 다시 일어선 것이다. 거리의 춤꾼들은 그해 겨울 매주 금요일, 광장에서 ‘박근혜 하야 릴레이 금요춤 행동’을 시민과 함께 열었고, 하야하라 굿 공연, ‘몸, 외치다’ 공연, ‘훠이~ 훠이~ 민족춤이 나가신다’, ‘씻김굿 100미터 배가르기’ 등 시대를 응원하며 새로운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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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족춤협회 회원들. 왼쪽부터 로진민 국제교류협력 위원장, 이한별 실무자, 서정숙 이사장, 변상아 청년위원장, 변우균 사무총장ⓒ권종술 기자

이렇게 얻은 힘은 한국민족춤제전의 부활로 이어졌고,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거리에서 대중을 만나며 힘을 얻은 춤꾼들의 무대는 이전보다 대중과 가까워졌다. 서 이사장은 “예전의 민족춤제전은 당시 시대적 상황 때문에 아무래도 진보적 의제를 주제로 다뤘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한 한국민족춤제전은 우리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대중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무대로 꾸며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전은 지난 6월 25일 임시총회를 통해 제2기 이사장으로 취임한 서 이사장에겐 처음 맞이하는 주요 행사이기도 하다. 1980~1990년대 민예총 춤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서 이사장도 세월호 추모와 박근혜 탄핵을 위해 뭉친 춤꾼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게 한국민족춤협회를 결성하고, 활동해온 그는 장순향 전 이사장이 진해문화센터 본부장을 맡게 되면서 이사장에 취임하게 됐다. 서 이사장은 “내 나이가 60~70대 선배 선생님들과 30~40대 후배들의 중간이다. 이제는 이런 자리를 피할 수 없는 나이가 됐다”며 “이사장이란 직을 맡아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다양한 무대를 펼친다는 것이
한국민족춤제전의 큰 강점”

4년째 무대를 이어 오는 덴 어려움도 컸다. 정부의 문화예술단체 지원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공연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서 작업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서류 작업이 필요하다. 평생 공연만 해온 예술인들에겐 힘겨운 작업이다 보니 기획서 작성을 위해 별도의 기획자를 영입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또한, 재정지원과 관련한 심사대상이 되기 위해선 행사가 3년 이상 진행되어야 해서 한국민족춤제전도 3년이 넘은 올해 처음 지원금을 받게 됐지만, 이조차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서 이사장은 “아무래도 재정 지원이 예총 산하 단체들에 집중된다. 진보적 성향의 한국민족춤협회 등엔 예산 지원이 안 되다 보니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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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민족춤제전ⓒ한국민족춤협회



서 이사장은 지난 2017년과 2019년 한국민족춤제전 공연자로 무대에 섰다. 2017년엔 조갑려 류 살풀이춤을 선보였고, 2019년엔 ‘세월 - 기억의 바다’라는 제목의 세월호 추모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서 이사장은 한국민족춤제전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분위기가 열려있다. 참여하는 이들이 요구하고, 제안하면 많은 부분을 들어주고 해결해주고, 같이 하려 했던 게 인상적이다. 또 다양한 무대를 펼친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서울에서 보기 힘들었던 공연들, 특히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춤꾼들의 무대가 있다. 아울러 아무래도 무용계에선 남성 춤꾼들이 적은데 ‘아재들의 춤수다’라는 남성 춤꾼의 무대도 펼쳐졌다. 또 지난해 같은 경우는 광주항쟁, 세월호 참사 등 시대적 아픔에 공감하는 공연도 열렸다.”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즐거울 때나,
그 언제나 춤꾼들은 민중과 함께해 왔다.”

한국민족춤협회는 지난 2016년 창립 이후 남북 춤 교류를 위해서도 많이 노력했다. 남북이 공동으로 여는, 명실상부한 민족춤제전을 여는 꿈도 꾸었지만, 남북 관계의 영향 등으로 이루진 못했다. 남북의 직접적 교류는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해 73년의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동포예술단체이자 중국 100대 예술단체 가운데 하나인 국립연변가무단의 내한공연 해란강의 여령들- 그 70년의 여정’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공연은 일제강점기 이주 시기 고향을 기억하기 위해 전승된 민간민속전통춤과 항일혁명투쟁 시기에 생겨난 항일무용 그리고 북측으로부터 전습된 조선무용의 기초 위에서 한국의 전통춤과 중국 소수민족무용의 장점을 수용해 발전하고 있는 재중 조선민족무용의 정수를 직접 만나는 기회였다.

올해엔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기념해 서울 마포나루에서 출발하여 강화 공해상까지 항행하는 뱃길열기 사업과 여러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보류 중단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남북의 문화교류가 활발했던 2018년 남북정상의 만남을 전후한 시기에도 대중가수 중심으로 교류가 이뤄진 것에 서 이사장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 이사장은 “춤은 우리 민족의 사회상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우리 민족의 역동적 생활상을 춤이 담고 있다. 당시 정부에서 이런 춤의 역사성을 고려해 교류를 추진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끝으로 서 이사장은 한국민족춤제전에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즐거울 때나, 그 언제나 춤꾼들은 민중과 함께해 왔다. 어쩌면 힘들면 힘들수록 춤꾼들의 무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대에 민족춤제전이 많은 이에게 위로가 되고, 힘겨움 속에서도 같이 만들어가는 무대가 되었으면 한다. 제전에 함께 참여해 많은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기사출처: https://www.vop.co.kr/A000015194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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